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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지구·자연·과학·기술] 원자핵으로 시간 잰다
👤 만능손 9

세계 최초 핵시계가 개발됐다. 핵시계는 원자핵 안의 에너지 상태 변화를 이용해 시간을 재는 장치다. 기존 원자시계보다 외부 환경 변화에 덜 흔들려 휴대 가능한 차세대 정밀 시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. 

 

국제학술지 ‘네이처’ 보도에 따르면 토르스텐 슘 오스트리아 빈공대 교수 연구팀과 딩스첸 중국 칭화대 교수 연구팀이 각각 핵시계를 구현하는 데 성공하고 연구 결과를 6월 3일과 7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'아카이브(arXiv)'에 발표했다.

 

기존 원자시계는 원자 안 전자가 에너지 상태를 바꿀 때 나타나는 매우 규칙적인 빛의 진동을 이용해 시간을 측정한다. 핵시계는 전자 대신 원자핵 속 양성자와 중성자가 에너지 상태를 바꿀 때 나타나는 신호를 이용해 시간을 측정한다.

 

기준이 되는 원소는 토륨-229다. 대부분의 원자핵은 상태를 바꾸려면 매우 큰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토륨-229는 두 에너지 상태의 차이가 적어 자외선 레이저만으로도 원자핵의 상태를 바꿀 수 있다. 
핵시계는 토륨-229 원자핵이 흡수하는 정확한 레이저 주파수를 시간의 기준으로 사용한다. 시계가 정확하게 작동하려면 레이저 주파수를 원자핵의 고유한 주파수에 계속 맞춰 유지해야 한다. 

 

물리학자들은 수십 년 전부터 토륨-229의 특별한 성질에 주목했다. 2024년에는 수조 개의 토륨-229 원자를 담은 불화칼슘 결정에서 처음으로 원자핵 상태 변화를 유도하는 데 성공했고 같은 해 정확한 주파수도 측정됐다. 마지막 과제는 레이저 주파수를 이 값에 맞춰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. 이번 연구에서 이를 구현해 핵시계를 완성했다. 

 

슘 교수는 토륨-229가 레이저 빛을 흡수하는 정도를 측정하면 주파수가 정확한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보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.

 

두 팀의 구체적인 방식은 다르다. 중국팀은 유럽팀보다 약 100배 더 강한 레이저를 썼지만 결정 속 토륨-229 농도는 더 낮아 결과적으로 두 시계가 만들어내는 신호 강도는 비슷한 수준이다.

 

두 핵시계는 약 300만 년에 1초 정도만 틀어지는 수준의 성능이다. 아직 최고 성능 광학 원자시계의 400억 년에 1초 오차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. 

 

다만 핵시계는 토륨-229 원자핵이 결정 안에 박혀 있어 외부 진동이나 온도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하고 원자시계처럼 극저온으로 냉각할 필요도 없다. 딩 교수는 "소형이면서도 견고한 광학시계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"며 "항법 장치와 통신 장비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"이라고 말했다. 슘 교수는 "결정 기반 핵시계의 상업적 개발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"고 밝혔다. 

 

핵시계는 기초물리학 연구에도 활용될 전망이다. 일부 이론은 암흑물질이 원자핵의 성질을 아주 미세하게 바꿀 수 있다고 예측한다. 이 경우 핵시계의 주파수도 함께 변하기 때문에 암흑물질의 흔적을 찾는 정밀 센서로 활용할 수 있다. 

 

길라드 페레즈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연구원은 "작동하는 핵시계는 새로운 물리 현상을 탐색하는 정밀 센서 역할을 할 수 있다"며 "새로운 분야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"고평가*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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